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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게임뇌 가설의 탄생

minkNine 2012. 1. 7. 17:20




게임을 싫어하는 많은 분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 분들의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는 이른바 게임뇌 가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증명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론이 아닌 가설입니다)

일본대학 문리학부 체육과 교수(무슨 과 교수인지 주목)모리 아키오(森昭雄)’ 2002 7월에 출판한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에 처음으로 제시된 가설입니다. 이 책은 2003년에 우리나라에도 번역본이 출간되었습니다.

게임뇌 가설은 간단히 말해서 게임을 하는 중에 전두엽의 베타파가 저하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치매환자의 뇌 상태와 흡사하다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뇌에서 발전해서 짐승뇌같은 조어도 등장하는데요. 게임뇌라는 조어는 ○○를 탄생시킨 그 원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이론을 들먹이면서 게임 규제를 하려는 분들이 많다보니 워낙에 이 이론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가설의 탄생 배경과 책의 출판과 관련된 전후 사정들에 대해서만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모리 아키오 교수는 치매 환자에 대한 연구를 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뇌파를 측정해 치매 레벨을 정량화 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독자적인 간이 뇌파 측정기를 개발하게 됩니다.

2000년 경에 모리 교수는 자신이 직접 고안한 간이 뇌파 측정기에 사용될 소프트웨어를 한 개발사에 외주를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프로그래머 8명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합니다.

소프트웨어가 완성된 후 동작 검증을 위해 8명의 프로그래머가 직접 실험에 참여하는데, 이 프로그래머 8명이 모두 베타파가 낮은 상태로 측정치가 나왔습니다. 즉 모리 교수가 치매라고 규정하는 뇌파 상태와 흡사한 측정 결과를 보여준겁니다. 당연히 이것은 어디까지나 모리 교수가 규정하는 치매의 뇌파 상태일 뿐 학계의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모리 교수가 규정하는 치매의 상태는 흔히 의학적으로 알츠하이머형 인지증과는 다른 상태입니다.

모리 교수는 기계가 잘못되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상적인 측정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모리 교수는 처음 실험에 참가한 8명의 프로그래머들을 개인 면담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서 모리 교수는 8명의 프로그래머에게서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시각정보에 강하게 노출되어 있어 전두엽이 근무시간 중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8명의 작업은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화면을 볼 뿐이다.

- 아침 9시에 앉아서 저녁 5시까지 화면을 본다.

-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집중해서 무언가를 하는 시간보다 그저 화면만 보고 있는 시간이 길다.

- 거의 서로간의 대화 없이 하루를 보내는 생활 패턴을 보인다.

-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없고, 점심도 대부분 혼자서 도시락을 먹는다.

- 집에 돌아가도 디스플레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 별로 말을 안 하더라.

- 8명 중 한 명이 자신을 오타쿠라고 하더라.

 

물론 프로그래밍이란 굉장히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작업으로, 그저 앉아서 멍하니 화면만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집중해서 사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로그래머의 업무가 치매와 연관될 수 있다는 모리 교수의 논리 전개는 근거도 희박할 뿐더러 업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모리 교수는 이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전두엽의 기능 저하(물론 이것 역시 모리 교수가 규정하는 베타파가 감소하는 상태에 불과합니다)가 모니터 화면을 장시간 바라보는 것에 원인이 있다고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시각 중심적이고 모니터를 장시간 바라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니 그것이 바로 게임이었던 것입니다.

이에 모리 교수는 자신이 교수로 있는 일본대학의 학생 중에 게임을 장시간 즐기는 1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이 고안한 간이 뇌파 측정기를 이용해 뇌파 측정을 합니다. 그러자 이들에게서는 베타파가 나오지 않거나 알파파와 베타파가 섞여서 나오는 실험 결과가 나옵니다.

이에 모리 교수는 300명의 대학원생을 무작위로 선발해서 게임을 시키면서 뇌파를 검사합니다. 그러자 모든 실험대상에게서 게임을 하는 동안에 베타파가 저하하는 현상이 발견됩니다. 이에 모리 교수는 게임을 하면 치매와 동일한 뇌 상태가 된다는 결론을 도출해 이것을 바탕으로 게임뇌의 공포라는 책으로 쓰게 됩니다.

 

여기서 모리 교수는 뇌를 다음과 같이 분류합니다.

 

노멀뇌

게임과 거의 접촉하지 않은 뇌. 베타파의 저하 현상이 없고 다음 행동을 생각할 때 전두엽을 활발하게 사용합니다.

모리 교수는 실험대상자 중 노멀뇌 타입의 피험자가 매우 예의바르고 학업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이었다고 하며, 이런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적이 우수해서 학교 수업에서 선생이 말하는 내용을 상세히 노트에 적는 성실한 학생이 많다고 이야기 합니다.

 

비쥬얼뇌

전두엽보다는 후두엽을 중심적으로 사용하는 타입입니다. 전두엽의 뇌세포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베타파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타입으로 모리 교수는 이런 타입의 사람들을 학업 성적도 보통보다 높은 사람이 많고, 이 타입의 사람들 중에는 모대학의 4학년 중 톱클래스의 성적을 가진 학생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반게임뇌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대학생까지 주 3~4, 1 3시간 게임을 하는 것으로 인해 전두엽에서 베타파가 나오기 힘들어진 상태의 뇌.

 

게임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게임에 노출되어 전두엽이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게임뇌. 학업성적도 낮고 건망증이 심하면서 시간감각이 없고 지각과 결석도 많은 타입이라는군요. 그래놓고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내 주관일지도 모르지만 표정이 어벙하고, 몸도 똑바로 가누지 못하면서, 정신을 빼 놓았을 때의 표정이 멍한게 치매환자랑 매우 닮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의 내용과 전두엽 기능이 저하된다는 실험 결과만 보면 그럴싸합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는 한가지 함정카드가 있습니다.

모리 교수는 대체 어떤 게임으로 이런 실험을 실시한 것일까요?

모리 교수의 300명 대상의 실험에 사용된 게임은 모리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나무판떼기를 이어 맞춰서 없애는 게임입니다.

아 그런 게임 잘 아신다고요?

, 그렇습니다. 그 게임은 바로




테트리스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그런데 모리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서 게임이나 컴퓨터 조작, 휴대폰 메일 입력 등을 하는 동안에 뇌의 영향을 주는데, 어린 시절부터 장시간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면 게임뇌 타입의 인간이 되고, 대뇌피질의 전두엽 활동이 억제됩니다. 그리고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하면 이 부분이 담당하는 의욕과 정동의 억제 기능을 상실해 사고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감정이 폭발하고 점점 흉폭해져서 범죄를 일으키게 된다고 합니다.


, 테트리스로 말이죠?

 

모리 교수는 추가적인 실험에서 호러 게임을 이용했습니다.(이 게임은 나중에 바이오 하자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실험에 참여했던 대학생에게 감상을 물었더니 이 게임을 혼자서 심야해 플레이 한다면 공포심에 사로잡힐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근거로 모리 교수는 반복해서 이런 게임을 하게 되면 칼로 자신을 방어하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상태가 보다 에스컬레이트 한다면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경찰관의 권총을 빼앗으려는 행동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말하고 있습니다.

 

뭔가 무섭군요.

바이오하자드가 그렇게 무서운 게임이었다니

물론 호러 게임이기는 합니다만

 

이후 장기를 두는 도중에도 모리 교수가 주장하는 게임뇌와 동일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모리 교수는 공격을 받게 됩니다.

이러자 모리 교수는 장기도 처음에는 뇌를 움직이지만, 패턴화 될 경우에 뇌가 움직이지 않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2004년 강연회에서는 실제의 장기와 바둑은 손가락 끝만이 아니라 팔도 움직이기 때문에 게임뇌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데레비 게임으로 만들어진 장기와 바둑은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괜찮지만 익숙해져서 패턴화 되어 버리면 게임뇌가 되어 버린다.”라고 말합니다.

 

뭐야, 이 사람 일관성이 없잖아?

아니 게임뇌가 되고 안 되고의 차이가 팔을 움직인다하나 뿐이네요?

 

이에 대해 닌텐도DS의 뇌 트레이닝 시리즈로 유명하신 토호쿠대학 의학연구소의 의학박사 카와시마 류타 교수는 프로 장기 기사나 바둑 기사의 대전에서는 전두엽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로부터 모리 교수의 주장을 부정합니다. 실제로 도쿄대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유명 장기 기사인 하부 요시하루 씨가 장기를 둘 때 전두엽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게임뇌의 공포가 베스트셀러가 되어 유명세를 타게 되면서 모리 교수는 한층 더 에스컬레이션 하게 됩니다.

2004년에는 ‘IT에 살해당하는 아이들이라는 책을 발표합니다. 이 책에는 게임을 하지 않고 PC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중고생 210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6할 정도가 게임뇌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것이 휴대폰 메일 때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한층 더 모리 교수는 에스컬레이트 해서 젊은 세대의 패션 유행이나 매너 부족도 게임뇌가 원인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발언과 행동들로 인해(대부분 모든 사회 문제를 게임뇌와 연결지으려고 하는 무리한 행동들) 강한 비판을 받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딱정벌레 파문

자기 친구의 아들이 딱정벌레를 키우고 있었는데, 이 딱정벌레가 죽자 친구 아들이 아빠 전지를 교환하면 괜찮아라고 말했다면서 이것이 게임뇌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딱정벌레 전지이야기는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유행했던 도시전설입니다. 당시 조사해본 결과 1974년의 문건에서도 같은 에피소드가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1974년의 유행가에도 이 도시전설이 가사로 쓰일 정도였습니다.

 

코스프레 파문

게임뇌의 공포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사회현상으로 떠오르면서 이 책이 널리 읽히게 되는데 그가 책의 서두에 쓴 글이 문제가 됩니다. 책이 서두에는 이렇게 써놨습니다.

“2001년에 개최된 TV게임쇼를 방문했을 당시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좌우에 날개가 달린 천사의 모습을 하고 진지한 얼굴을 한 채 걸어가고 있었다. 그 근처에는 게임 캐릭터와 같은 의상을 두르고 무표정하게 걷고 있는 초중고생이 100인 전후였다.”라며 일본의 장래를 걱정하는 글을 써놨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리 교수가 코스튬 플레이(코스프레)라는 하나의 문화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오해였습니다. 모리 교수는 이 책의 전문 내용 때문에 강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후천성 자폐증 발언 문제

2005년에 개최된 한 강연회에서 모리 교수는 최근 자폐증의 발병률이 100명 중 1명으로 1%로 늘어났다. 이것은 게임뇌 때문이다. 선천적 자폐증의 수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늘어난 만큼 게임뇌에 의한 후천적인 것이다.”라고 발언해 큰 파문을 불러옵니다. 이것은 당시 강연에 참여했던 한 주부가 자신의 블로그에 강연 내용을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후천적 자폐증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자폐증협회로부터 강한 크레임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에 모리 교수는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뗍니다. 이 강연은 녹음이나 영상 촬영되지 않은 강연회였기 때문에 증거가 없어서 이 사건을 유야무야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모리 교수는 앞서 소개한 ‘IT에 살해당하는 아이들에서 자폐증은 선척적인 것만이 원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기술을 남겼으며, 이후 강연에 참여했던 누군가에 의해서 녹음된 파일이 공개되면서 다시 한 번 파문에 휩싸이게 됩니다. 모리 교수는 부정했지만 그의 육성으로 분명히 후천적 자폐증이 존재하며 그것의 원인이 게임뇌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JR탈선 사고 파문

2005년에 JR후쿠치야마센 전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때 유체로 발견된 운전사가 과거에도 2차례 미스를 범했던 것과 사고 당일 호출에 응하지 않는 등 주의력이 부족하고 산만한 행동을 했던 것 등을 이유로 이 운전사가 게임뇌 상태였다는 주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고는 JR과 사철 운영 업체간의 경쟁과열로 인해 열차 속도를 규정 이상으로 높여서 운행하던 것이 잠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사건입니다.

 

모리 교수의 가설은 학계에서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설입니다.

왜냐하면

 

- 그의 가설은 책으로 나왔지만 논문으로 발표된 학술적인 것이 아닙니다.

- 그는 체육학과 교수로서 의학적 전문지식을 소유한 의학 전문가가 아닙니다.

- 그의 실험은 매우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한 제한된 실험에 불과합니다.

- 그의 주장을 전면적을 부정하는 실험 결과들이 발표되었지만 모리 교수는 추가적인 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 그가 최초의 실험에 사용한 게임은 폭력적인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 그가 치매상태라고 규정하는 뇌의 상태는 의학적으로 치매로 규정되는 상태와는 다릅니다.

- 그는 자신이 직접 고안한 자신만의 장치를 이용해서 실험을 하였습니다.

- 그의 저서는 다분히 자기 주관적인 추론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실험의 결과는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리 교수가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유는 역시 게임을 어떻게든 규제하려는 사람들과 단체의 후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강력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장비를 동원한 임상실험을 해서 유효한 측정 결과를 도출한 최초의 실험자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하지만 주변 상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리 교수가 주장하는 소위 게임뇌 가설을 믿는다는 것 자체가 그냥 개그에 불과합니다. 그의 실험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전문성이 결여되었는지는 실험이 전개된 과정과 그의 결과 도출 방식만 보아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사이비 과학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뭐 거의 종교의 영역이죠.

출처 : 아까짱 블로그
글쓴이 : 김상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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